코칭이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은 코칭을 코치로부터 올바른 방법을 지도 받는 것을 떠올린다. 코치가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말로 알려주고, 코치를 받는 사람은 그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 그러나 비즈니스 코칭을 실제로 진행해 보면 코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질문하고 듣는다. 일반적으로 코칭 세션의 30% 정도만 코치가 말하고, 나머지 70%는 고객이 말을 한다. 왜냐하면 코칭은 고객이 스스로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치는 누구보다 더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고객이 하는 말을 잘 경청할 수 있어야 고객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말을 더 잘 할 수 있고,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비단 코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경청은 의사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조직에서는 리더가 되면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경청을 한자로 쓰면 傾聽이다. 여기에서 경(傾)은 기울어진 상태를 뜻한다. 즉 경청이란 상대방을 향해 몸을 기울여서 주의 깊게 듣는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원활하게 소통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데 “경청”을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청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경청을 잘 하기도 할까?
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62%가 자신은 경청을 잘 한다고 여기는 반면, 다른 사람들도 경청을 잘 한다고 여기는 비율은 단 7%에 불과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경청을 못한다고 부정적 응답을 한 비율은 45%에 달했다. 다들 자신은 경청을 잘 한다는데 왜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경청을 못한다고 여겨지는 것일까?
소통의 목적은 잘 “이해”하고 오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 경청이 필요한데,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을 때 경청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전하고 싶은 말과 마음,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하는 적극적인 경청이 필요하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부터 갖춰야
경청의 시작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남으로부터 먼저 이해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말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말할 때 머리 속으로는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고 있고,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상대의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경청을 잘 하려면 상대방이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귀는 열고 입은 닫고 있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는 사람들의 이러한 특징을 극복하기 위해 이해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유지하면서 경청할 것을 강조했다. 이런 마음가짐을 확실하게 할 때 귀는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하고, 대신 입은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감이 일으키는 자연스러운 호응
다른 사람의 입장과 같은 마음으로 동의하는 것을 동감이라고 하는 반면, 공감은 다른 사람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 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그 사람과 입장이 같을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동료들 간에 서로 응원하는 스포츠 팀이 제각각 다른데,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겨서 기분이 좋을 때에 다른 동료는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 져서 아쉬워 할 수 있다. 이럴 때 자신도 동료와 같이 아쉬운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동료의 아쉬운 마음은 이해해주고 위로해 줄 수는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공감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다 보면 상대방이 어떠한 마음인지 헤아리게 되고, 그럴 때 공감이 일어난다. 공감은 함께 울리는 공명을 만들어 낸다. 상대방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이 와 닿게 되고, 그럴 때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네”와 같이 상대방의 심정에 호응하는 말을 해주게 된다. 혹은 “네 말을 들으니 내 마음이 다 아프네”와 같이 상대방의 말이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 솔직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공감의 표현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이 진심으로 이해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 주며,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 하는 질문
상대방의 말을 듣다가 보면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고, 또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상황에 맞게 효과적인 질문을 하는 것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경청의 방법이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3가지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각각의 차원에 해당하는 질문법이 따로 있다. 첫 번째 차원은 상대방이 경험한 스토리에 대한 이해인데, 이를 위해서 Curious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는 보통 6하 원칙,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로 시작하는 질문인데, 이 질문을 통해서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계속해서 야근을 하는 직원이 있다고 하자. “무슨 일 때문에 매일 야근을 하고 계신가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세요?”와 같은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방의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차원은 상대방 사람에 대한 이해이다.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질문을 Warm 질문이라고 한다. “계속 야근을 해서 많이 피곤하시죠?”, “일이 너무 많아서 마음도 지쳤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와 같은 질문이다.
마지막 차원은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이해이다. 이는 위해 상대방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Smart 질문을 활용해 “지금 어떤 것이 필요하실까요?”, “뭔가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와 같이 물어볼 수 있다. 여기에 상대방의 내면의 욕구까지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시는데, 어떤 성과물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지금은 좀 힘들겠지만, 이번 일을 마치고 나면 당신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상대를 더 깊이 알 수 있는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다.
DVD 렌탈 사업으로 시작해서 세계 컨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미국의 대표 기술기업을 일컫는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에 속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넷플릭스의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적극적인 소통을 장려하는 조직문화가 있었는데, 이런 일화도 있었다. 어느 날 두 명의 임원이 서로 의견이 달라 큰 갈등이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두 임원에게 경영진 앞에서의 공개 토론을 하도록 했는데, 이 토론에는 규칙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상대방 편의 입장에서 주장을 하도록 한 것이다. 토론에서 이기려면 상대편의 입장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두 임원은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결국 어려운 문제일수록 결코 한쪽 주장만 있을 수 없음을 배우게 되었다.
업무라는 것은 수많은 관계의 집합체이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각 부서의 복잡한 상황들이 연결되어 있고,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동료들의 숨은 고민과 헌신이 뒤섞이기 마련이다. 소통은 그런 속사정들을 오해 없이 이해해 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바로 “경청”인 것이다. 모두가 먼저 이해 받으려 하면 아무도 이해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상대를 먼저 이해하려고 하면 자신이 더 많이 이해 받게 되는 것이 소통의 숨은 비밀이다. 그리고 입으로 하는 적극적인 경청은 상대를 더 깊이 이해하는 확실한 비법 중의 하나이다.
산업정책연구원(IPS) 연구교수, 전문코치, 경영학박사
(주)어치브코칭 파트너코치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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