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에서부터 시작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종합 4위(2021 상반기 결산)’까지 오른 프로가 있다. 바로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 퀴즈)’이다. 팬 층이 두터운 트로트 가요나 주말 드라마 분야를 제외하면 지난해부턴 ‘놀면 뭐하니’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1-2위를 다투고 있는 셈이다.
기본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다는 관찰 예능도 아니다. 빵빵 웃음이 터지지도 않는다. 매 회 신선한 컨셉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유 퀴즈’가 이토록 인기를 얻은, 그리고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그램의 이름은 ‘유 퀴즈’이지만 사실 퀴즈 맞히는 것을 보려고 이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 퀴즈’의 핵심은 특정 분야, 주제에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터뷰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전하는 생각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종종, 오랜 연구를 통해 검증된 개념이나 스킬을 학습하는 것보다 누군가의 경험과 진심이 묻은 작은 한마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도 사람들이 ‘유 퀴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과정과 결과에 유재석이란 인물을 통해 조금 더 친근하고 쉽게 닿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책 역시 134명의 전문가, 유명인들과 인터뷰하고 그들의 대답,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과 함께하는 독자들의 사고가 일깨워지길 기대하며… 그래서 책 제목도 ‘생각을 바꾸는 생각들’
작가인 비카스 샤는 그저 호기심 많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자였다. 영상이 주요 매체로 떠오르고 장문의 콘텐츠가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목마름이 강했던 그는 ‘생각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블로그를 하나 개설했고, 생각지도 않게 이것이 대박을 쳤다. 관심 주제에 대해 본인의 생각뿐 아니라 지인들과의 대화 전문을 그대로 올렸는데, 이 ‘인터뷰 콘텐츠’를 즐기는 구독자가 계속해서 증가했고 전 세계에서 ‘인터뷰 주제와 대상’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지구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흥미로운 인터뷰 기회들을 하나 둘 만들어 나갔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을 펴내기에 이른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에 비즈니스 영역에 국한된 책은 아니다. 다소 광범위할 수도 있지만, 우리 삶을 살아가는 데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7가지 영역(정체성, 문화, 리더십, 기업가정신, 차별, 갈등,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과 생각들이 담겨져 있다.
‘유 퀴즈’처럼 한 인물의 삶과 경험에 대해 탐험하는 여정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단지, 제시하는 주제에 대해 여러 인터뷰 대상자들의 생각 일부만 발췌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재미나 깊이감은 떨어진다. 그러나 당연한 듯한 말 속에서도 조금 더 곱씹어보면 생각해볼만한 포인트들이 꽤 있고, 가볍게 책장을 넘기면서도 어느 순간 형광펜 한 줄 긋게 되는 그런 책이다. 날씨 좋은 가을, 책에만 집중하기보다 창 밖의 파란 하늘을 보는 여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이 글의 구독자가 주로 교육담당자 및 직원들인 것을 고려하여, 자기계발이나 역량개발과 관련있는 ‘정체성’과 ‘리더십’ 영역의 책 내용을 일부 제시한다.
로즈 맥고완 인터뷰 중 – 언젠가 저는 명함에 적힌 직업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규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문득 깨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 밖의’ 활동은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로 취미 내지 ‘쓸모없는 재능’으로 치부됩니다. 실제로는 그러한 재능이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중요한 요소인데 말이죠.
사드구루 인터뷰 중 –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싶다면,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충만하게 살아내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코 알 수 없어요. 누구나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만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가 더 깊은 차원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도록 이끌어주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밖에 없습니다.
토니세이 인터뷰 중 – 전형적인 기업의 모습을 온실에 비유하자면, 온실 속 식물은 직원이고 모든 직원이 우러러보는 가장 훤칠하고 튼튼한 식물이 바로 CEO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저는 제 역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역할은 온실의 설계자로서 식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최고의 경영 기법을 배우려고 노력한 적이 없습니다. 대신 제 성향과 관심사에 부합하는 경영법에 초점을 맞추었죠.
존 코터 인터뷰 중 – 리더는 미래를 향한 대담한 비전을 수립하고 이 비전을 향해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제 시간에 열차가 운행하도록 과정과 절차, 즉 목표를 수립하고 조직 구조를 설계하고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활동들은 리더십이라기보다 ‘관리’의 영역입니다. 오늘날 기업들이 외부 세계의 변화에 따라 민첩하게 내부 전략을 수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리더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리스 해드필드 인터뷰 중 – 일이 뜻한 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실패했다’라고 말하는 대신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신지연 프로 (jenna@achievecoachi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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