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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사를 버텨주는 김과장



얼마 전 이색 직업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나무의사’라는 직업이 소개되었다. 나무의사? 진짜 처음 들어보는 이색 직업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무전문가라고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나보다 생각했는데 방송이 가벼운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고 진짜 직업을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에 궁금함이 커져 채널을 돌리지 못하고 계속 보고 있는데 나무의사라는 직업이 정말로 있었고 심지어 나무의사는 국가자격증이 있는 진짜 나무 전문가였다.

의사가 사람의 아픈 곳을 치료하듯 나무의사는 나무의 아픈 곳을 찾아 치료하고 또는 아프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을 한다. 거센 비바람에 중간이 부러진 나무를 치료하고 영양이 부족한 나무에게는 영양제도 꽂아준다. 생각하기에 나무는 그냥 가만히 서 있어서 별일 없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그에 따른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한다.

나무에 대한 다양한 치료가 소개되었는데 여러 치료 중에서 유난히 나무의 속을 치료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나무의 속을 치료하는 건 나무가 크게 상처가 나거나 가지를 잘렸을 때 껍질 속에 감춰졌던 나무의 속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렇게 드러난 속살을 그냥 두면 썩게 된다.


실제 나무 속 단단한 부분은 생명 활동에는 크게 역할이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물이 이동하는 물관과 양분이 이동하는 체관은 나무의 중심부가 아닌 껍질 쪽에 위치해 있고 나무가 굻어지는 역할을 하는 세포분열도 역시 바깥쪽에서 일어난다. 나무의 중심에 있는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나무 즉 단단한 나무 속은 특별한 생명활동이 별로 없다. 실제로 나무의 속이 없어도 나무가 살아가는데 크게 영향이 없다고 한다.

이렇게 별로 역할이 없어 보이는 나무의 속살을 치료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기능적으로 별로 역할이 없는 것과는 달리 여러 단계를 거쳐서 굉장히 신중하게 신경 써서 치료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PD가 “그냥 하얀 나무속인데 뭘 그렇게까지 신경 써서 처리를 하세요?” 라고 물었다. 그때 한참 치료에 열중하던 의사는 고개를 돌려 설명을 해줬다.

별로 역할이 없어 보이는 나무의 속살을 제대로 치료하거나 관리해 주지 않으면 나무속이 썩게 된다. 나무속이 썩는다고 잎이 마르거나 나무의 생명 활동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나무의 속이 조금씩 썩어 가다가 어느 순간 나무 중간이 부러져 버린다고 했다. 그렇게 부러진 나무는 생명을 이어가기 어렵다. 그렇다 나무속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나무를 나무답게 서 있을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이었다. 나무의 속은 생명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나뭇잎이나 꽃잎처럼 화려함도 없다. 심지어 껍질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나무의 속이 썩는다면 버팀목을 잃은 나무는 쓰러지고 결국 죽고 만다. 이야기를 마친 의사는 나무 치료를 마무리 하고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한마디 더 하고 장비를 정리했다.

“가장 튼튼해 보이고 가장 단단한 부분이지만 쉽게 썩을 수도 있는 나무의 속살입니다.”


우리의 조직도 이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나뭇잎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또 누군가는 물관과 체관이 되어 성과에 직결되는 역할을 해낸다. 이들은 언제나 주목받고 관심의 대상이 되지만 또 누군가는 나무의 속살처럼 묵묵히 자기 자리를 또 조직을 티 나지 않게 지켜준다.

나무 의사들은 말을 한다.

“나무의 속은 썩는 게 잘 안보여요. 미리 살피지 않으면 안이 다 썩어서 이미 늦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우리 조직의 나무속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으며 살피고 있는가?

혹시 나의 시선이 나뭇잎에만 또 열매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무관심 속에 우리 조직의 나무속은 보이지 않게 조금씩 썩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잠깐 멈춰서 우리 조직의 나무속이 누구일지 찾아보고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역할을 해내고 있는 나무속에게 고마움을 표현해 보길…


“김 과장 고마워.”



어치브코칭 파트너코치/ 전문위원 손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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