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전문가 칼럼] 못 들은 거야? 안 들은 거야? 하기 싫은 거야? 하기 어려운 거야?




“야, 못 들은 거야? 안 들은 거야? 하기 싫은 거야? 하기 어려운 거야?”


빌딩 뒤 흡연장에 날카로운 질문들이 속사포처럼 울려 퍼졌다. 나의 귀는 쫑긋 세워졌다. 말없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는 푹 숙이고 마치 벌 서는 학생처럼 서있는 이는 주니어 직원으로 보였다. 과장급으로 보이는 이는 하나의 결과를 두고 4가지의 원인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방 통행적 언어에서 원인을 알고 싶은 의지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나의 호기심은 그들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관리자는 직원에게 시한을 정해주며 보고서의 작성을 요청했을 게다. 그 보고서는 부장이 과장에게 지시한 것이고, 과장은 직원에게 ‘알아서’ 해보라고 했을 것이다. 기한이 되어 물어보니, 진척이 없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직원은 그냥 ‘예’라고 이야기하고, 왜 보고서가 필요하고, 어떤 방향으로 쓰여야 하고, 어디에 쓰일 것 등에 대해 묻지 않았을 것이다. ‘왜’ ‘어떻게’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물어 보았어도 과장은 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또한 부장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고, 부장 또한 자세한 의도나 방향성에 무지한 상태였을 수도 있다. 모두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픈 생각에 그냥 “예”라고 답하였을 수 있다. 그 직원에게는 “못 들은 것도, 안 들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하기 어려운 것”도 기실 다 맞는 말이었다.

직원은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보고’를 하지 않았다. 힐난을 듣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차마 중간보고를 하지 못했고,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상의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알아서 해봐’라는 말에 함몰되었을 것이다.

관리자 또한 중간 점검을 하지 않았다. 전적인 신뢰였을까? 아님 그냥 놔두고 보고 싶었을까?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후견지명의 관찰자나 심판의 역할을 하고 싶었을까? 그냥 결과물 만을 그것도 완전무결한 완성품을 보고 싶었을 게다.

​이러한 상황은 의외로 현장에서 자주 목격된다. 그 원인은 ‘소통을 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조직일수록 그러하다. 소통이란 ‘자유로움’이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하는 것에 제약이 없음을 의미한다. 소통을 저해하는 요인은 상호 편하지 않으며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시하고 수행하는 이들 사이를 이어줄 ‘다리’가 없는 것이다. 상명하달식의 일방 통행적 관계만이 존재한다. 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선배, 형님, 형, 언니’의 조직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무언가 삐그덕 거리는 조직이나 활성화된 분위기가 없는 곳일수록 심하다. 자유롭게 묻고, 대답하고, 대화하고, 상의하고,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경우이다. 마치 서로 사냥감을 쫓는 사냥꾼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조직일수록 그렇다.

어떻게 그 조직 문화와 분위기를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까? . 기업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각종 방안을 강구한다.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워크숍, 회식, 멘토링, 전략회의 등이다. 그러나 문화나 분위기는 단기간에 쉽사리 변화하지 않는다.

기업 문화란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적인 느낌”이라고 한다. 조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잉크가 물에 번지듯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지, 일시적인 충격요법이나 한두 개의 이벤트를 통해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나에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1시간이 주어진다면, 원인을 찾는데 55분을 쓰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5 분을 쓰겠다"라고 했다. 원인에 대한 고찰 없이 해결책을 찾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동일 고객에게 각각 회사 제품을 판매하는 두 부서가 있었다고 한다. 두 부서가 서로 도와 시너지를 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그들은 같은 거래선, 같은 담당자를 만나고 있음에도 협업의 기미는 없었다. 그 원인을 찾아보니, 매월 사장님은 영업 보고 회의에서 두 부서를 항상 비교했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 부서보다 더 잘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 도움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은 사장이 유도한 ‘경쟁’이었다.

그 후 다음과 같은 솔루션이 제시되었다고 한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했고, 얼굴이 보이는 높이의 칸막이로 교체하였으며, 두 부서 가운데에 복사기와 정수기를 놓았고, 휴게실과 화장실도 같이 쓰도록 동선을 고려하였다. 자연스럽게 서로 마주치고, 이야기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했다. 주간 회의를 같이하게 했고, 상대 부서의 현황과 상황을 듣게 했다. 3개월쯤 지난 후에, 한 팀장은 “새 제품을 같이 제안해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하더라는 것이다. 협력의 문화로 서서히 변하더라는 것이다.

애플의 신 사옥인 ‘애플 파크’는 모양이 독특하다. 마치 UFO비행선과 유사하다. 스티브 잡스가 요구한 건물의 개념 중 하나인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긴 동선을 걸어서 자기 사무실로 가는 동안, 사람들을 만나고, 눈을 맞추고, 인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도록 ‘링 도넛’ 콘셉트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

협업의 조직 문화 증진을 위한 스티브 잡스 다운 해결책을 신 사옥에 녹여 넣은 것이다. 비록 건물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으나, 애플 직원들은 오늘도 서로 마주치며 협업의 문화를 키워나가고 있을 것이다.

앞에 언급한 소통이 안 되는 조직원들 에게도 자주 만날 기회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스웨덴 직장 문화인 FIKA를 도입하면 어떨까? 스웨덴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아침과 오후에 모여 커피를 마시는 것을 FIKA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FIKA-time은 반성과 대화의 시간이며 관계를 증진 시키고 평생의 친구를 사귀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한다.

​​

회사 직원들을 서로 알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만나서, 업무와 무관한 화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시간 내에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아주 유용하다. 스웨덴 성인들은 하루 평균 3.2잔의 FIKA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우리의 술 먹고 망각하는 회식을 통한 사기 진작과는 사뭇 상이한 스웨덴의 직장 문화이다. 그냥 자주 보고 이야기 나누고, 이를 통해 상호 편한 일상의 주인공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렇게 하면 어떨까? 오전, 오후에 부서원끼리 모여, 커피 타임을 갖는 것이다. 회사 일은 잠시 접어 두고 일상 이야기인 강아지, 아이들, 류현진과 김광현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상호 팀원들의 마음을 나누고, 속 사정을 이해하고, 상호 알아가는 것이다. 회의를 가끔 카페 또는 야외에서 하고, 무심코 커피 한잔 들고 산책을 하는 것은 어떨까? 서로 편하고 친한 조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이는 또한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치브코칭 파트너강사

전문위원 원호남


조회수 29회

Comments


bottom of page